REPUBLIC OF KOREA
IAESTE

체험수기

독일, Universität Lüneburg (고려대 생명과학부: 박신영)
  • 작성일2019/06/25 14:07
  • 조회 1,807
IAESTE 인턴으로 살다_독일

IAESTE 인턴십에 지원할 당시 4학년이었고 나는 욕심이 많았다.

해외연구소에서 근무하며 선진화된 학문적 체계를 접하는 기회, 교환학생의 수학 기간처럼 길지는 않지만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그리고 생활비 지원. 여러모로 IAESTE 인턴십은 탐나는 프로그램이었다. IAESTE 인턴십을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년여 전, 교내 설명회에서였고 올해 정기 모집을 기다려오다가 전공과 같은 분야의 독일의 대학연구소에서 지원해 2개월간 인턴십을 수행했다.

인턴십을 위해 오랜 기간 기다린 것은 맞지만 개인적으로 준비한 것은 많지 않다. 영문서류들과 인터뷰 준비가 전부였고 그 외의 절차는 IAESTE KOREA에서 모두 도와주었다. 지원자가 숙박문제를 따로 알아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다만, 합격 이후에 IAESTE GERMANY와 연락하는 과정이 불만족스러웠는데, 답변이 많이 늦는 편이었고 하우징을 담당하는 에이전트를 따로 두어 그쪽에서도 접촉을 어려워했다. 이는 독일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집과 관련된 제반 문제들에 전혀 관심이 없어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 한국에서는 IAESTE KOREA 직원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진행상황 등의 문의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IAESTE GERMANY를 보니 직원은 소수이고 IAESTE 학생동아리 소속의 자원봉사자 친구들이 실제 업무를 하기도 했다. 대부분 일을 잘 해주었지만 우리와 같은 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모든 문제들에 전문적으로 대처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친환경적인 생활방식과 우수한 자연관리체계로 정평이 나 있어 환경학을 공부하는 내게 친환경적인 삶의 양식을 직접 체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 대학원 진학 역시 생태학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생태학 분야를 접할 수 있겠다고 기대했었다. 연구소에서 게시한 업무에 관한 설명 역시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내가 독일에서 한 일은 단순업무였고 굳이 생태학을 공부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의 단순반복작업이었다.

생태학 연구를 위한 작업이 맞긴 하지만 그곳에서의 나는 연구인턴이라기보다는 일용직노동자에 가까웠고 4주 간 같은 일을 하다가 이에 대해 내 상관에게 나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IAESTE 인턴으로 오는 대부분의 학생은 여행을 목적으로 하며, 공부나 연구를 기대하고 온 나의 경우가 매우 특별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내가 원하는 바를 알게 된 이후 나의 상사는 다른 일이 있는지 회의를 해보겠다고 했지만 인턴업무를 시작한 9월 중순부터는 더 이상의 현장 업무가 없었고 나는 돌아오는 날까지 같은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 안에서도 최대한 다양한 것들을 보고 경험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의 논문을 읽었고 실험실에서 주로 다루는 딱정벌레를 동정하는 공부를 하기도 했다. 모든 의사소통을 영어로 하기는 했지만, 연구소 소속 구성원들과 친하게 지내기 위해 독일어를 공부하는 나를 모두 살갑게 맞아주었고, 어떤 연구원은 나를 저녁식사에 초대하기도 했다. 이렇게 연구소의 구성원들과는 잘 지내게 되었고, 내 사정을 딱하게 여긴 연구원들이 비록 생태학과 큰 관련이 없지만 생리학실습과 같은 자신의 수업에 나를 데리고 가기도 했다.

근무지가 학교라서 좋았던 점은 학생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평소에는 모두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 해서 요리를 잘 못하는 나는 어려움이 있기도 했지만, 주중에 학생식당에서 모자란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었다. 독일은 학생들에 대한 대우가 특별해서 학생식당에서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또 작은 도시라서 버스가 일찍 끊기지만 자전거를 탈 수 있다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고 치안 수준도 높아서 크게 걱정할 일이 없었다. 주말에는 다른 인턴 친구들과 함께 독일 내를 여행했다. 월급은 하우징을 제외하고, 생활비로 딱 맞는 편이고 별도로 여행을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업무 외의 시간에는 나와 같은 IAESTE 인턴 친구들과 주로 시간을 보냈다. 같이 장을 보러 가는 것은 물론이고, 누구의 생일이 다가오니 준비를 같이 하기도 했고, 주말에는 뭘 할지 상의하고 계획을 짜기도 했고, 한 주에 한 명씩 출신 국가의 음식을 만들어 특별한 식사를 하기도 했다.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고, 또래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2개월 간의 독일에서의 생활은 분명히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포함하고 있고 내게는 외국인 친구들이 생겼지만 이것들은 내가 인턴십을 가고자 했던 목적이라기보다는 부수적인 것들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번 인턴십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생태학은 특성상 오랜 시간과 단순 작업을 요구하지만 내가 독일까지 가서 얻은 나의 일은 기대 이하였다. 이런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나는 이 연구소에 지원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연구소 역시 인턴에게 줄 일이 이런 종류밖에 없었다면 모집기간을 단축하든지, 공고에 명시했어야 한다.
나의 경험은 많은 다른 경우와는 다를 것이다. 내가 선택한 학문이 그러했고 박사과정 연구원 역시 표면적으로는 나와 같은 일을 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나와 같은 집에서 생활한 다른 전공의 인턴들이나 우리 지역의 다른 IAESTE 인턴들은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 대학 연구소가 아니라 기업체로 인턴십을 가는 경우는 취업과 연계되는 등 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들었다. 일과 관련해서라면, 나는 운이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고용주 측에도 문제가 있고, 외국의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IAESTE 인턴십 프로그램은 현지 여행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학부생 인턴의 경우에는 할당 업무의 종류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처음에는 휴학을 망설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생각했던 프로그램이었고, 모든 것이 장밋빛으로 설레었지만 그 같은 기대에 비해서는 실망스러웠던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은 것이 없다고 할 수 없고 나의 지난 2개월과 또 앞으로의 내 삶을 위해서도 이 프로그램에서 얻은 긍정적인 효과를 상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는 노력했고 아무리 하찮은 일이었다고 한들 앞으로의 내 계획에 이 경험이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할 수 없다. 내 소개로 주위에도 IAESTE 인턴십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외국에서의 생활은 매력적이고 본인이 노력하기에 따라 많은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IAESTE 인턴십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고, 잘 활용한다면 본인에게 큰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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