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수기
스위스, ETH Zurich IPE (KAIST 생명화학공학과: 박지영)
- 작성일2019/04/11 16:23
- 조회 3,455
스위스 ETH Saparation Process lab 인턴 보고서
지원절차
IAESTE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학년 여름방학 때였습니다. 포탈에 올라오는 공지를 보고 나중에 고학년이 되면 신청해야지 하고 생각은 하였으나 까맣게 잊고 있다가, IAESTE 설명회를 다녀오고 나서 본격적으로 지원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IAESTE 지원 준비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먼저 영어 점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한 학기 전에 시간 날 때 TOEIC 시험을 보았습니다. 여름-가을 즈음에 영어 성적을 미리 받아 놓고 다음 해 초에 offer들이 올라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렸습니다. Conference가 끝나고 1월말-2월달 초쯤 많은 오퍼들이 올라와서 그때부터 탐색을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프리카에 가고 싶었으나, 한참 에볼라 바이러스로 소란스러웠던 시기였기 때문에 유럽 여행 중 가보지 못한 나라인 스위스 인턴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네덜란드 제약회사와 스위스 랩 인턴 중에서 많은 고민했는데, 졸업을 위해 한 학기 안에 인턴을 끝내야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보다 짧은 인턴기간을 제의해준 스위스 ETH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Offer를 정하고 나서는 영어 성적 사본과 Cover letter, Resume, 지금까지 들은 수업 list, 성적표 스캔 본 등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처음 준비하는 해외 인턴이라 많은 서류들을 준비하기가 힘들 법도 한데, IAESTE 홈페이지에 각종 서류가 아주 자세히 예시 파일과 함께 설명되어 있어 큰 어려움 없이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스카이프를 통한 영어 인터뷰가 있습니다. 인터뷰 연습은 따로 하지 않았지만, 지원 동기와 왜 내가 해당 offer에 적합한 사람인지 마음속으로 한번 정리해 본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서류 작성을 끝낸 뒤 IAESTE에 제출하고 기다리면 한국 대표 학생으로 선발되었다는 공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선발 된 뒤에는 Nomination fee 와 deposit을 지불하고 비자 신청을 하게 됩니다. IAESTE와 ETH 측에서 비자 업무를 도와주기 때문에 대사관에 한번 찾아가는 것 빼고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스위스 생활
사전 준비를 마치고 나서 스위스로 떠났습니다. 저는 스위스 정착 전 2주동안 북유럽 여행을 하고 스위스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인턴을 하기 위해 해당 국가에 도착하면 LC가 마중을 나오게 됩니다. LC는 IAESTE에서 인턴을 도와주기 위해 선발한 자원봉사 학생들로, 저의 LC가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 주었고 새 집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제가 살던 집은 4명이서 함께 사는 flat으로, 거실은 없지만 짧은 공동 복도가 있고 잘 정돈된 주방이 있었습니다. 방값은 한 달에 620CHF, 원화 70만원 정도로 굉장히 싼 편이었습니다. 방을 구하는 것 역시 LC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됩니다. 제 방도 LC를 통해 구한 것이었는데, LC가 AIESEC이라는 국제 학생 인턴 단체와 친분이 있어 AIESEC 소속 학생들이 사는 아파트에 저를 끼워 넣어 주었습니다. 집은 제가 일하는 곳까지 트램으로 10분 거리에 있었고 취리히 중앙역과 아주 가깝지만 아파트만 모여 있던 곳이라 깨끗하고 조용했습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아직도 아파트 문과 방문을 열쇠로 잠그는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나갈 때도 문을 열쇠로 열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불편하며 열쇠를 분실하면 아파트 동 안의 모든 사람들의 열쇠를 새로 만들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돈이 청구됩니다. 따라서 열쇠를 분실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스위스 IAESTE에서는 매주 weekly meeting을 열어 스위스 내의 인턴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저는 바쁜 일이 있지 않는 한 매주 목요일의 미팅에 참석하여 인턴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클럽을 가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번 꼴로 social event가 열립니다. 이 이벤트는 google 방문, ski weekend, 퐁듀 night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Social event는 인기가 많기 때문에 공지 메일을 받자 마자 신청해야 참석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 이벤트를 통해 여러 회사를 방문하고 스위스 내 도시를 다른 인턴들과 여행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스위스에서 인턴을 미리 하고 있던 전자과의 김건우 학생 덕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쉽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미리 스위스에 정착해서 생활하고 있던 건우 학생의 소개 덕분에 많은 한인 혹은 스위스 교포 유학생들을 알게 되었고, 한인사랑교회에도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한국인들과 한국 음식이 그리워지게 마련인데, 교회에서 매주 한국 음식을 제공해 주어서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이곳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종종 저녁을 함께하거나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진을 첨부하고 싶지만 핸드폰을 잃어버린 관계로 퐁듀 먹는 사진 두 장만 남아 있어 이를 첨부합니다. 취리히에서 생활할 때 친해진 언니 집에서 저녁을 함께 먹는 모습입니다.
한편, 물가가 비싼 스위스에서 건우 학생이 알려준 독일 장보기 팁은 아주 유용한 정보였습니다. 취리히 시내에서 기차를 타면 한 시간 내에 독일 waldshut 에 도착하는데, 이곳의 kaufflant 라는 대형 마트에서 장을 자주 봤습니다. 다른 품목도 스위스보다 훨씬 싸지만, 특히 술과 고기는 스위스의 반 이하의 가격에 판매되기 때문에 가계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유랑 카페에 건우 학생이 독일 쇼핑가는 법을 아주 자세히 포스팅 해 놓아서 그것을 보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스위스의 공용어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이렇게 3가지입니다. 제가 있던 취리히는 독일어 사용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독일어를 못하기 때문에 걱정했지만 적어도 랩에서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랩 자체에 스위스인이 3명 남짓밖에 없었고 모든 학생들이 영어를 매우 잘했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아주 편했습니다. 다른 스위스인들 역시 영어를 대체로 잘 하는 편이어서 물건을 사거나 은행 업무를 볼 때도 지장이 없었습니다.
랩생활
제가 일하던 곳은 ETH의 취리히 zentrum 캠퍼스의 Saparation Process 랩이었습니다. 이 zentrum 캠퍼스는 취리히 중앙역으로부터 기차인 polybahn 혹은 트램으로 5분이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으며 취리히 대학 (University of Zurich)캠퍼스와 붙어 있습니다. 캠퍼스 앞에는 취리히 호수와 취리히 시내 최대의 쇼핑 거리인 bahnhofstrasse가 어울려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냅니다. 오전 출근길에 둘러보면 사진을 찍는 중국인 관광객을 꼭 하루 2-3명씩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zentrum 안에는 polyterasse 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 학생식당과 학생들이 운동을 할 수 있는 ASVZ센터가 있습니다. 저는 학생이 아닌 staff 카드를 받았기 때문에 학생식당에서 학생 할인을 받지 못하고, ASVZ센터도 사실상은 사용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학생증만 보여주면 꼼꼼히 검사하지 않고 보내주는 경우가 아주 많았기 때문에 이틀에 한번씩은 헬스장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랩의 분위기는 아주 자유로운 편이었습니다. 제 사수는 인도 출신의 Ph.D 학생이었는데 아주 열정적이고 꼼꼼한 학생입니다. 총 학생은 15명 정도였으며 랩은 복도 한 층에 4개의 큰 랩실과 5개정도의 학생 오피스, 교수님 오피스, 커피룸, 그리고 테크니션의 오피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학생 오피스에 3-4명의 학생이 자리를 잡고 일하게 됩니다. 이 학생들의 일과는 오전 9시에 출근하여 오후 7시에 퇴근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아주 유동적이어서 새벽에 와서 일찍 가거나 늦게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교수님은 학생들의 출퇴근에 매우 관대해서 본인과의 미팅 시간만 잘 지키면 전혀 터치하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보통 10시쯤 출근하여 빠를 때에는 6시, 늦을 때에는 9시에 퇴근하였습니다. 한 달에 주어지는 휴가는 이틀이었고 사유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대부분 주말을 끼워 휴가를 신청해 여행 가는데 사용했습니다.
첫 2주동안 제가 맡은 일은 Matlab을 공부하는 것이었습니다. 첫 2주동안 교수님과 학생들이 프랑스 학회를 가셨기 때문에 혼자 커피룸 공용컴퓨터로 매트랩을 연습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일했기 때문에 아주 지루하고 재미없는 시간이었습니다. 교수님이 학회에서 돌아오신 후 본격적으로 사수와 함께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했던 프로젝트는 Hydromagnesite의 Precipitation kinetics를 연구하는 일이었습니다. 비록 카이스트에서 개별연구를 하긴 했었지만 랩에서 실제로 혼자 기구를 다뤄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몹시 서툴렀습니다. 그래서 첫 2주동안은 사수가 제 뒤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피페팅부터 리액터 사용법까지 하나 하나 자세히 가르쳐 주었습니다.
Mazzotti 교수님은 아주 열정적인 분이시고 저의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으셔서 3개월 반의 짧은 인턴 기간동안 Mid 와 Final 두 번의 프레젠테이션을 하길 원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두 번의 프레젠테이션이 너무 힘들고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수가 워낙 꼼꼼한 성격이어서 프레젠테이션 PPT를 만드는 것에도 엄청난 노력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첫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모든 랩 사람들에게 나의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알리고, 내가 겪고 있던 문제에 대해서 피드백을 받으니 문제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해 보는 기회를 얻게 되어 아주 유익했습니다.
3개월 반동안 랩에서의 하루 일정은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10시에 출근하여 실험을 하고 데이터를 정리하며 오전 시간을 보냅니다. 점심시간은 자유로우나 랩 학생들은 보통 1시부터 2시까지 개인적으로 혹은 함께 점심 식사를 합니다. 저는 점심시간에 가끔 운동을 했기 때문에 종종 혼자 먹을 때도, 다 함께 먹을 때도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여유가 된다면 30분정도 커피를 마신 뒤 다시 랩에서 그날 맡은 실험을 합니다. 교수님이나 사수와 미팅이 있다면 미팅을 하고 그날 한 실험의 데이터를 기록하고 정리한 뒤 7시쯤 퇴근합니다.
저의 월급은 2000CHF로, 세금을 제한 후 실 수령액은 1800CHF였습니다. 원화로 200만원 가까이 되는 돈이라 많이 남을 것 같았지만 스위스의 높은 물가와 여행 비용 때문에 월급을 남겨 오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스위스에 도착해서 postfinance 계좌를 개설했는데 관련 서류를 우편으로 주고받아야 하기 떄문에 카드 수령까지 4주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따라서 첫 달 월급은 계좌가 없으므로 현금으로 받게 되었습니다. UBS에서 계좌를 연 학생도 많이 보았으나 일정 금액 이상이 유지되지 않으면 다달히 fee를 내야 하기 때문에 postfinance 가 인턴에게는 가장 적합한 은행인 것 같습니다.
마치며
사실 인턴을 가기 전에는 지원을 할까 말까 고민이 많았었습니다. 인턴을 감으로서 제가 원하던 대학원에 원서를 넣지 못하고, 졸업도 늦춰 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턴을 다녀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해외에서 인턴을 하는 일이 참 값진 경험이고 다녀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갔었을 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빈둥빈둥 놀면서 권태롭게 지냈었습니다. 반면 스위스에서는 맡은 프로젝트가 있으니 책임감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월급을 받으니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있고 휴가의 기쁨도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특히 스위스에서 잊지 못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는 점입니다. 저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해 주신 IAESTE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원절차
IAESTE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학년 여름방학 때였습니다. 포탈에 올라오는 공지를 보고 나중에 고학년이 되면 신청해야지 하고 생각은 하였으나 까맣게 잊고 있다가, IAESTE 설명회를 다녀오고 나서 본격적으로 지원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IAESTE 지원 준비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먼저 영어 점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한 학기 전에 시간 날 때 TOEIC 시험을 보았습니다. 여름-가을 즈음에 영어 성적을 미리 받아 놓고 다음 해 초에 offer들이 올라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렸습니다. Conference가 끝나고 1월말-2월달 초쯤 많은 오퍼들이 올라와서 그때부터 탐색을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프리카에 가고 싶었으나, 한참 에볼라 바이러스로 소란스러웠던 시기였기 때문에 유럽 여행 중 가보지 못한 나라인 스위스 인턴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네덜란드 제약회사와 스위스 랩 인턴 중에서 많은 고민했는데, 졸업을 위해 한 학기 안에 인턴을 끝내야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보다 짧은 인턴기간을 제의해준 스위스 ETH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Offer를 정하고 나서는 영어 성적 사본과 Cover letter, Resume, 지금까지 들은 수업 list, 성적표 스캔 본 등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처음 준비하는 해외 인턴이라 많은 서류들을 준비하기가 힘들 법도 한데, IAESTE 홈페이지에 각종 서류가 아주 자세히 예시 파일과 함께 설명되어 있어 큰 어려움 없이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스카이프를 통한 영어 인터뷰가 있습니다. 인터뷰 연습은 따로 하지 않았지만, 지원 동기와 왜 내가 해당 offer에 적합한 사람인지 마음속으로 한번 정리해 본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서류 작성을 끝낸 뒤 IAESTE에 제출하고 기다리면 한국 대표 학생으로 선발되었다는 공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선발 된 뒤에는 Nomination fee 와 deposit을 지불하고 비자 신청을 하게 됩니다. IAESTE와 ETH 측에서 비자 업무를 도와주기 때문에 대사관에 한번 찾아가는 것 빼고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스위스 생활
사전 준비를 마치고 나서 스위스로 떠났습니다. 저는 스위스 정착 전 2주동안 북유럽 여행을 하고 스위스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인턴을 하기 위해 해당 국가에 도착하면 LC가 마중을 나오게 됩니다. LC는 IAESTE에서 인턴을 도와주기 위해 선발한 자원봉사 학생들로, 저의 LC가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 주었고 새 집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제가 살던 집은 4명이서 함께 사는 flat으로, 거실은 없지만 짧은 공동 복도가 있고 잘 정돈된 주방이 있었습니다. 방값은 한 달에 620CHF, 원화 70만원 정도로 굉장히 싼 편이었습니다. 방을 구하는 것 역시 LC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됩니다. 제 방도 LC를 통해 구한 것이었는데, LC가 AIESEC이라는 국제 학생 인턴 단체와 친분이 있어 AIESEC 소속 학생들이 사는 아파트에 저를 끼워 넣어 주었습니다. 집은 제가 일하는 곳까지 트램으로 10분 거리에 있었고 취리히 중앙역과 아주 가깝지만 아파트만 모여 있던 곳이라 깨끗하고 조용했습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아직도 아파트 문과 방문을 열쇠로 잠그는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나갈 때도 문을 열쇠로 열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불편하며 열쇠를 분실하면 아파트 동 안의 모든 사람들의 열쇠를 새로 만들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돈이 청구됩니다. 따라서 열쇠를 분실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스위스 IAESTE에서는 매주 weekly meeting을 열어 스위스 내의 인턴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저는 바쁜 일이 있지 않는 한 매주 목요일의 미팅에 참석하여 인턴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클럽을 가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번 꼴로 social event가 열립니다. 이 이벤트는 google 방문, ski weekend, 퐁듀 night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Social event는 인기가 많기 때문에 공지 메일을 받자 마자 신청해야 참석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 이벤트를 통해 여러 회사를 방문하고 스위스 내 도시를 다른 인턴들과 여행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스위스에서 인턴을 미리 하고 있던 전자과의 김건우 학생 덕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쉽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미리 스위스에 정착해서 생활하고 있던 건우 학생의 소개 덕분에 많은 한인 혹은 스위스 교포 유학생들을 알게 되었고, 한인사랑교회에도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한국인들과 한국 음식이 그리워지게 마련인데, 교회에서 매주 한국 음식을 제공해 주어서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이곳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종종 저녁을 함께하거나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진을 첨부하고 싶지만 핸드폰을 잃어버린 관계로 퐁듀 먹는 사진 두 장만 남아 있어 이를 첨부합니다. 취리히에서 생활할 때 친해진 언니 집에서 저녁을 함께 먹는 모습입니다.
한편, 물가가 비싼 스위스에서 건우 학생이 알려준 독일 장보기 팁은 아주 유용한 정보였습니다. 취리히 시내에서 기차를 타면 한 시간 내에 독일 waldshut 에 도착하는데, 이곳의 kaufflant 라는 대형 마트에서 장을 자주 봤습니다. 다른 품목도 스위스보다 훨씬 싸지만, 특히 술과 고기는 스위스의 반 이하의 가격에 판매되기 때문에 가계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유랑 카페에 건우 학생이 독일 쇼핑가는 법을 아주 자세히 포스팅 해 놓아서 그것을 보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스위스의 공용어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이렇게 3가지입니다. 제가 있던 취리히는 독일어 사용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독일어를 못하기 때문에 걱정했지만 적어도 랩에서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랩 자체에 스위스인이 3명 남짓밖에 없었고 모든 학생들이 영어를 매우 잘했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아주 편했습니다. 다른 스위스인들 역시 영어를 대체로 잘 하는 편이어서 물건을 사거나 은행 업무를 볼 때도 지장이 없었습니다.
랩생활
제가 일하던 곳은 ETH의 취리히 zentrum 캠퍼스의 Saparation Process 랩이었습니다. 이 zentrum 캠퍼스는 취리히 중앙역으로부터 기차인 polybahn 혹은 트램으로 5분이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으며 취리히 대학 (University of Zurich)캠퍼스와 붙어 있습니다. 캠퍼스 앞에는 취리히 호수와 취리히 시내 최대의 쇼핑 거리인 bahnhofstrasse가 어울려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냅니다. 오전 출근길에 둘러보면 사진을 찍는 중국인 관광객을 꼭 하루 2-3명씩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zentrum 안에는 polyterasse 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 학생식당과 학생들이 운동을 할 수 있는 ASVZ센터가 있습니다. 저는 학생이 아닌 staff 카드를 받았기 때문에 학생식당에서 학생 할인을 받지 못하고, ASVZ센터도 사실상은 사용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학생증만 보여주면 꼼꼼히 검사하지 않고 보내주는 경우가 아주 많았기 때문에 이틀에 한번씩은 헬스장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랩의 분위기는 아주 자유로운 편이었습니다. 제 사수는 인도 출신의 Ph.D 학생이었는데 아주 열정적이고 꼼꼼한 학생입니다. 총 학생은 15명 정도였으며 랩은 복도 한 층에 4개의 큰 랩실과 5개정도의 학생 오피스, 교수님 오피스, 커피룸, 그리고 테크니션의 오피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학생 오피스에 3-4명의 학생이 자리를 잡고 일하게 됩니다. 이 학생들의 일과는 오전 9시에 출근하여 오후 7시에 퇴근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아주 유동적이어서 새벽에 와서 일찍 가거나 늦게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교수님은 학생들의 출퇴근에 매우 관대해서 본인과의 미팅 시간만 잘 지키면 전혀 터치하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보통 10시쯤 출근하여 빠를 때에는 6시, 늦을 때에는 9시에 퇴근하였습니다. 한 달에 주어지는 휴가는 이틀이었고 사유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대부분 주말을 끼워 휴가를 신청해 여행 가는데 사용했습니다.
첫 2주동안 제가 맡은 일은 Matlab을 공부하는 것이었습니다. 첫 2주동안 교수님과 학생들이 프랑스 학회를 가셨기 때문에 혼자 커피룸 공용컴퓨터로 매트랩을 연습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일했기 때문에 아주 지루하고 재미없는 시간이었습니다. 교수님이 학회에서 돌아오신 후 본격적으로 사수와 함께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했던 프로젝트는 Hydromagnesite의 Precipitation kinetics를 연구하는 일이었습니다. 비록 카이스트에서 개별연구를 하긴 했었지만 랩에서 실제로 혼자 기구를 다뤄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몹시 서툴렀습니다. 그래서 첫 2주동안은 사수가 제 뒤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피페팅부터 리액터 사용법까지 하나 하나 자세히 가르쳐 주었습니다.
Mazzotti 교수님은 아주 열정적인 분이시고 저의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으셔서 3개월 반의 짧은 인턴 기간동안 Mid 와 Final 두 번의 프레젠테이션을 하길 원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두 번의 프레젠테이션이 너무 힘들고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수가 워낙 꼼꼼한 성격이어서 프레젠테이션 PPT를 만드는 것에도 엄청난 노력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첫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모든 랩 사람들에게 나의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알리고, 내가 겪고 있던 문제에 대해서 피드백을 받으니 문제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해 보는 기회를 얻게 되어 아주 유익했습니다.
3개월 반동안 랩에서의 하루 일정은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10시에 출근하여 실험을 하고 데이터를 정리하며 오전 시간을 보냅니다. 점심시간은 자유로우나 랩 학생들은 보통 1시부터 2시까지 개인적으로 혹은 함께 점심 식사를 합니다. 저는 점심시간에 가끔 운동을 했기 때문에 종종 혼자 먹을 때도, 다 함께 먹을 때도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여유가 된다면 30분정도 커피를 마신 뒤 다시 랩에서 그날 맡은 실험을 합니다. 교수님이나 사수와 미팅이 있다면 미팅을 하고 그날 한 실험의 데이터를 기록하고 정리한 뒤 7시쯤 퇴근합니다.
저의 월급은 2000CHF로, 세금을 제한 후 실 수령액은 1800CHF였습니다. 원화로 200만원 가까이 되는 돈이라 많이 남을 것 같았지만 스위스의 높은 물가와 여행 비용 때문에 월급을 남겨 오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스위스에 도착해서 postfinance 계좌를 개설했는데 관련 서류를 우편으로 주고받아야 하기 떄문에 카드 수령까지 4주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따라서 첫 달 월급은 계좌가 없으므로 현금으로 받게 되었습니다. UBS에서 계좌를 연 학생도 많이 보았으나 일정 금액 이상이 유지되지 않으면 다달히 fee를 내야 하기 때문에 postfinance 가 인턴에게는 가장 적합한 은행인 것 같습니다.
마치며
사실 인턴을 가기 전에는 지원을 할까 말까 고민이 많았었습니다. 인턴을 감으로서 제가 원하던 대학원에 원서를 넣지 못하고, 졸업도 늦춰 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턴을 다녀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해외에서 인턴을 하는 일이 참 값진 경험이고 다녀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갔었을 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빈둥빈둥 놀면서 권태롭게 지냈었습니다. 반면 스위스에서는 맡은 프로젝트가 있으니 책임감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월급을 받으니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있고 휴가의 기쁨도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특히 스위스에서 잊지 못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는 점입니다. 저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해 주신 IAESTE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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