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수기
스위스, SMA und Partner AG (UNIST 도시공학과: 이은수)
- 작성일2019/04/02 11:49
- 조회 2,284
안녕하세요 저는 UNIST에서 도시공학과 재무회계를 공부하고 있는 3학년 이은수 학생이라고 합니다.
올해 하반기에 IAESTE를 통해 스위스의 SMA und Partner AG라는 기업으로 3개월 간의 인턴십을 다녀오는 소중한 기회를 가지게 되어 프로그램을 간단히 소개하고 제가 얻은 경험을 공유하고자 이렇게 후기를 올립니다.
IAESTE 소개
IAESTE는 International Association the Exchange of Students for Technical Experience의 약자로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약 80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로 65주년을 맞는 전통 있는 비영리 인턴십 네트워크 입니다. 특히 본인 전공분야의 대학, 연구소, 기업 등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일정 수준의 금액을 제공 받는 유급 인턴일 뿐 아니라, 현지에서 인턴 중인 전 세계의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추천 드리고 싶은 인턴 프로그램 입니다.
인턴 지원 및 합격
작년 가을에 교내 설명회를 통해 IAESTE 인턴십을 처음 알게 되었고, 국제화 센터, IAESTE KOREA 담당자 분들과 상담을 하며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원시에는 CV, Resume, 수강 과목 리스트, 재학 증명서, 성적증명서, 여권, 어학 증명 등의 서류가 필요하며 영어 인터뷰와 국내 선발, 현지 선발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TO별로 지원한 학생들 중 가장 적합한 한 명을 선발하는 것이므로 자신이 이 인턴십에 얼마나 적합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인터뷰는 Skype로 30분 가량 이루어 졌습니다. IAESTE의 Native와 인터뷰를 하였고 기억나는 내용은 간단한 자기소개와 지원동기, 자신의 장단점, 자신에 대해 다섯 문장으로 표현하기, 마지막으로 할 이야기 등의 일반적인 내용이었습니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와 직접 인터뷰를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경우에 따라 인터뷰 형식은 달라질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CV와 Resume가 지원하시는 분들께 좀 난해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예의를 갖추어 딱딱하게 썼다가 IAESTE 선생님의 조언을 받고 새로 작성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형식에 너무 구애 받으시기 보다는 충분히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글을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원 후 약 3주 뒤에 합격을 연락 받고 출국 준비를 하였습니다. 서울에서 하는 파견예정자 OT에도 다녀오고 항공권 구입, 숙소 계약, 보험, 비자, 고용 계약서 작성 등의 절차를 밟았습니다.
특히 스위스는 비자를 받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국가차원에서 IAESTE를 지원하고 있어서 인턴십을 목적으로 체류하는 학생들은 비자 받기가 수월하다고 합니다. 사실, 모든 비자 발급 프로세스는 스위스 IAESTE에서 대행해주어 제가 했던 일은 대사관에 가서 여권에 비자를 받아 온 것뿐이었습니다.
출국 및 현지 숙소 도착
저는 이번 인턴이 첫 해외 경험 이었습니다. 쑥스럽지만 아직 제주도도 못 가봤고, 출국 날이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본 날 이었습니다. 스위스에 가기 전날 긴장도 될 법했지만 처음으로 가는 외국에 처음으로 회사에 출근을 한다는 것이 아예 감이 안 와서 오히려 덤덤했던 것 같습니다.
환승을 위해 생애 처음의 외국인 러시아에 도착했을 때 이상하게 사람들이 당당했던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곰곰히 생각하다가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은 타지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인데다 한국 문화에도 익숙한 사람들이었고, 여기서는 입장이 바뀌어 내가 외국인이 되었다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스위스에 도착하자마자 현지 담당자와 만났고 숙소에 들렀다가 근처 통신사에 가서 핸드폰을 개통하였습니다. 마트에 잠시 들렀다가 숙소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멍하니 있다가 잠을 잤습니다. 한 이삼일째부터 제가 스위스에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습니다. 첫 근무까지 아직 일주일의 여유가 있어서 쉬기도 하고 같이 사는 친구들과 취리히 시내를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인턴 수행
일주일 정도의 휴식과 적응기 이후에 저는 취리히에 위치한 SMA und Partner AG라는 철도 관련 업체에서 인턴십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회사의 주요 사업은 유럽 전역의 철도 운영에 대해 컨설팅을 하는 것이고, 특히 핵심적인 부분은 주어진 상황을 고려하여 최적화 된 열차 시간표를 만드는 것으로, 전문분야가 확실하고 경쟁업체가 전무하기 때문에 각국의 철도 운영 당국들로부터 신뢰받는 업무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턴을 하면서 제가 현지 직원들로 느꼈던 점은 대다수가 일을 즐기고 있었던 것 입니다. 기차라는 특정 분야 때문일 수도 있으나,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위스 내 모든 기차 노선을 다 타본 사람도 있었고, 동아리처럼 매주 모여 직접 만든 기차 모형으로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또한 자신들이 이 분야의 전문가라는 것에 대해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이 느껴졌고 직장을 생활의 수단으로 여긴다는 느낌은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사내 분위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매일 오전 오후 30분 정도 시간을 정해 놓고 다같이 모여 커피를 마시며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실 의외였던 것은 이 이외의 시간에는 화장실도 잘 안 갈 정도로 일에 집중하는 직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침에 출근을 해서 자기 자리에 앉자마자 군더더기 시간 없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말 그대로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는 모습이었습니다.
개인의 삶도 굉장히 존중해서 자기 업무 일정에 맞춰 출퇴근도 매우 자유로울 뿐 아니라, 여름 휴가 시즌에 책상 위에 업무 인수 인계 관련 종이 한 장만 남겨놓고 이 주 동안 해외로 훌훌 떠나는 자유로운 유러피안들을 보고 있자니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주로 했던 일은 회사의 자체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한국의 철도 배차를 부분적으로 최적화 해보는 것이었고 그 밖에도 타 직원들의 업무를 보조 하였습니다. 실제로 일을 하며 그 전까지는 몰랐거나 느끼지 못했던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어 매우 유익했습니다. 지식들이 암기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활용의 대상임을 느꼈으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해야 졸업 후에 실제로 활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또 회사와는 별개로 매주 목요일 저녁 IAESTE를 위해 일하는 학생 봉사자들과 인턴들이 시내에 모여서 간단히 맥주를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편안한 시간을 가졌고 가끔은 등산이나 축제 참가 등의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현지 생활
스위스의 풍경은 정말 동화에나 나올 법한 그 모습 그대로 입니다. 어딜 가나 조금만 교외로 가게 되면 하이디와 파트라슈가 뛰어 노닐 법한 푸른 초원에 자그마한 이 삼층 주택들이 있고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의 목에서 카우벨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시내에는 유서 깊은 성당들과 아기자기한 식당들이 굉장히 낭만적이고, 또 대개 큰 호수를 끼고 있어서 여름이면 백조들과 수영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다 보면 아무리 감정이 무딘 공대 남학생들이라 해도 아! 여기가 바로 스위스로구나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의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또 스위스는 깃발을 굉장히 중요시 해서 거리마다 국기와 지역의 깃발을 걸어 놓았는데 처음 취리히 중앙역에 가서 흔들리는 색색의 깃발들을 보았을 때 정말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만큼 비싼 것 같습니다. 스위스의 물가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일반적인 식당에서 한끼 식사를 하려면 평균적으로 한화 2만원 혹은 이상을 지불해야 하며 그 이하는 쉽게 찾기 어렵습니다. 패스트 푸드에서 ‘이건 매우 싼 거야’ 라고 주문을 걸며 먹었던 만 오 천원짜리 햄버거 셋트가 기억이 납니다.
보통 점심은 회사 근처의 식당에서 직원 분들과 함께 먹었고, 저녁은 장을 봐와서 집에서 만들어 먹었습니다. 주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고, 요플레 같은 유제품과 빵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가끔 같이 사는 친구들과 서로 요리를 해 주기도 했는데 어느 날 한국에서 가져간 호떡믹스로 한국의 길거리 음식이라며 호떡을 만들어 주었는데 반응이 상당히 괜찮았던 기억이 납니다.
스위스의 대중 교통은 굉장히 편리하고 잘 조직 되어 있습니다. 특히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정기권이나 패스들이 있는데 굉장히 유용하므로 꼭 알아보셔서 가자마자 구입하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스위스 국영 철도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스위스 국영 철도 회사: http://www.sbb.ch/home.html
하루하루 적응을 해 나가며 여행을 하는 것과 현지에서 생활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스위스는 한국에서도 융프라우와 인터라켄, 루체른 등 몇몇 관광 명소들로 이름이 나 있지만 관광지를 벗어나면 동양인도 적고 분위기도 많이 달랐습니다. 현지인들의 생활을 바로 옆에서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스위스 사람들과의 접촉이 많아서 스위스 특유의 문화를 더 깊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회사가 주로 스위스인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숙소에서도 현지인들과 생활을 하였는데, 만약 제가 다국적 대기업의 기숙사에서 생활했다면 보고 느꼈던 것이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숙소는 회사에 따로 기숙사가 없었기 때문에 담당자가 월세 계약을 주선 해 주었고, 제 또래의 현지인 둘과 살게 된 것인데, 원래 세 명이 함께 살다가 한 명이 잠시 외국에 가게 되어 남는 방을 월세로 넘긴 것이라 모든 생활용품이 갖추어져 있었고 거실, 욕실, 주방을 공유하는 구조였습니다. 많은 도움을 받았고 가족처럼 지내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단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제가 독일어를 전혀 몰랐다는 점입니다. 물론 스위스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 하지만 현지인들끼리는 독일어를 사용하므로 (지역에 따라 불어나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일상적인 대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한국에서 기본적인 표현들 정도만 두어 달 정도만 공부하고 출국하신다면 적어도 맥락으로 대화 내용을 조금이나마 유추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인턴십이 끝나고
몇몇 직원 분들 앞에서 했던 최종 발표를 마지막으로 인턴십을 잘 마무리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있던 곳은 이직이나 은퇴를 하는 경우 마지막 날 저녁에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서 함께 나누어 먹으며 작별인사를 하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저도 한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최고의 작별 선물이라고 생각하여 한국 식당에서 재료를 사다가 몇 가지 간단한 음식을 해주고 준비해 간 전통 모양의 책갈피를 선물하였습니다.
출국 날에는 같이 살던 친구들이 마지막 선물이라며 집에서 스위스의 전통음식인 퐁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함께 먹고 나서 공항까지 바래다 주어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는데 기분이 참 이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짧았다면 짧았고 또 길었다면 꽤 길었던 세달 반 가량의 스위스에서의 인턴십 생활을 되돌아 보면 무엇보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알차고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군 생활을 제외하곤 이렇게 밀도 높은 생활은 처음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경우 가기 전에 예상했던 것들과 실제 인턴 생활은 많이 달랐습니다. 아무리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구촌 세상이라고 하지만 직접 가기 전까지는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원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잘 준비하셔서 꼭 다녀오시길 바라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하반기에 IAESTE를 통해 스위스의 SMA und Partner AG라는 기업으로 3개월 간의 인턴십을 다녀오는 소중한 기회를 가지게 되어 프로그램을 간단히 소개하고 제가 얻은 경험을 공유하고자 이렇게 후기를 올립니다.
IAESTE 소개
IAESTE는 International Association the Exchange of Students for Technical Experience의 약자로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약 80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로 65주년을 맞는 전통 있는 비영리 인턴십 네트워크 입니다. 특히 본인 전공분야의 대학, 연구소, 기업 등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일정 수준의 금액을 제공 받는 유급 인턴일 뿐 아니라, 현지에서 인턴 중인 전 세계의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추천 드리고 싶은 인턴 프로그램 입니다.
인턴 지원 및 합격
작년 가을에 교내 설명회를 통해 IAESTE 인턴십을 처음 알게 되었고, 국제화 센터, IAESTE KOREA 담당자 분들과 상담을 하며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원시에는 CV, Resume, 수강 과목 리스트, 재학 증명서, 성적증명서, 여권, 어학 증명 등의 서류가 필요하며 영어 인터뷰와 국내 선발, 현지 선발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TO별로 지원한 학생들 중 가장 적합한 한 명을 선발하는 것이므로 자신이 이 인턴십에 얼마나 적합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인터뷰는 Skype로 30분 가량 이루어 졌습니다. IAESTE의 Native와 인터뷰를 하였고 기억나는 내용은 간단한 자기소개와 지원동기, 자신의 장단점, 자신에 대해 다섯 문장으로 표현하기, 마지막으로 할 이야기 등의 일반적인 내용이었습니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와 직접 인터뷰를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경우에 따라 인터뷰 형식은 달라질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CV와 Resume가 지원하시는 분들께 좀 난해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예의를 갖추어 딱딱하게 썼다가 IAESTE 선생님의 조언을 받고 새로 작성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형식에 너무 구애 받으시기 보다는 충분히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글을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원 후 약 3주 뒤에 합격을 연락 받고 출국 준비를 하였습니다. 서울에서 하는 파견예정자 OT에도 다녀오고 항공권 구입, 숙소 계약, 보험, 비자, 고용 계약서 작성 등의 절차를 밟았습니다.
특히 스위스는 비자를 받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국가차원에서 IAESTE를 지원하고 있어서 인턴십을 목적으로 체류하는 학생들은 비자 받기가 수월하다고 합니다. 사실, 모든 비자 발급 프로세스는 스위스 IAESTE에서 대행해주어 제가 했던 일은 대사관에 가서 여권에 비자를 받아 온 것뿐이었습니다.
출국 및 현지 숙소 도착
저는 이번 인턴이 첫 해외 경험 이었습니다. 쑥스럽지만 아직 제주도도 못 가봤고, 출국 날이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본 날 이었습니다. 스위스에 가기 전날 긴장도 될 법했지만 처음으로 가는 외국에 처음으로 회사에 출근을 한다는 것이 아예 감이 안 와서 오히려 덤덤했던 것 같습니다.
환승을 위해 생애 처음의 외국인 러시아에 도착했을 때 이상하게 사람들이 당당했던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곰곰히 생각하다가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은 타지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인데다 한국 문화에도 익숙한 사람들이었고, 여기서는 입장이 바뀌어 내가 외국인이 되었다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스위스에 도착하자마자 현지 담당자와 만났고 숙소에 들렀다가 근처 통신사에 가서 핸드폰을 개통하였습니다. 마트에 잠시 들렀다가 숙소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멍하니 있다가 잠을 잤습니다. 한 이삼일째부터 제가 스위스에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습니다. 첫 근무까지 아직 일주일의 여유가 있어서 쉬기도 하고 같이 사는 친구들과 취리히 시내를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인턴 수행
일주일 정도의 휴식과 적응기 이후에 저는 취리히에 위치한 SMA und Partner AG라는 철도 관련 업체에서 인턴십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회사의 주요 사업은 유럽 전역의 철도 운영에 대해 컨설팅을 하는 것이고, 특히 핵심적인 부분은 주어진 상황을 고려하여 최적화 된 열차 시간표를 만드는 것으로, 전문분야가 확실하고 경쟁업체가 전무하기 때문에 각국의 철도 운영 당국들로부터 신뢰받는 업무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턴을 하면서 제가 현지 직원들로 느꼈던 점은 대다수가 일을 즐기고 있었던 것 입니다. 기차라는 특정 분야 때문일 수도 있으나,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위스 내 모든 기차 노선을 다 타본 사람도 있었고, 동아리처럼 매주 모여 직접 만든 기차 모형으로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또한 자신들이 이 분야의 전문가라는 것에 대해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이 느껴졌고 직장을 생활의 수단으로 여긴다는 느낌은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사내 분위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매일 오전 오후 30분 정도 시간을 정해 놓고 다같이 모여 커피를 마시며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실 의외였던 것은 이 이외의 시간에는 화장실도 잘 안 갈 정도로 일에 집중하는 직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침에 출근을 해서 자기 자리에 앉자마자 군더더기 시간 없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말 그대로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는 모습이었습니다.
개인의 삶도 굉장히 존중해서 자기 업무 일정에 맞춰 출퇴근도 매우 자유로울 뿐 아니라, 여름 휴가 시즌에 책상 위에 업무 인수 인계 관련 종이 한 장만 남겨놓고 이 주 동안 해외로 훌훌 떠나는 자유로운 유러피안들을 보고 있자니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주로 했던 일은 회사의 자체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한국의 철도 배차를 부분적으로 최적화 해보는 것이었고 그 밖에도 타 직원들의 업무를 보조 하였습니다. 실제로 일을 하며 그 전까지는 몰랐거나 느끼지 못했던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어 매우 유익했습니다. 지식들이 암기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활용의 대상임을 느꼈으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해야 졸업 후에 실제로 활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또 회사와는 별개로 매주 목요일 저녁 IAESTE를 위해 일하는 학생 봉사자들과 인턴들이 시내에 모여서 간단히 맥주를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편안한 시간을 가졌고 가끔은 등산이나 축제 참가 등의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현지 생활
스위스의 풍경은 정말 동화에나 나올 법한 그 모습 그대로 입니다. 어딜 가나 조금만 교외로 가게 되면 하이디와 파트라슈가 뛰어 노닐 법한 푸른 초원에 자그마한 이 삼층 주택들이 있고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의 목에서 카우벨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시내에는 유서 깊은 성당들과 아기자기한 식당들이 굉장히 낭만적이고, 또 대개 큰 호수를 끼고 있어서 여름이면 백조들과 수영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다 보면 아무리 감정이 무딘 공대 남학생들이라 해도 아! 여기가 바로 스위스로구나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의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또 스위스는 깃발을 굉장히 중요시 해서 거리마다 국기와 지역의 깃발을 걸어 놓았는데 처음 취리히 중앙역에 가서 흔들리는 색색의 깃발들을 보았을 때 정말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만큼 비싼 것 같습니다. 스위스의 물가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일반적인 식당에서 한끼 식사를 하려면 평균적으로 한화 2만원 혹은 이상을 지불해야 하며 그 이하는 쉽게 찾기 어렵습니다. 패스트 푸드에서 ‘이건 매우 싼 거야’ 라고 주문을 걸며 먹었던 만 오 천원짜리 햄버거 셋트가 기억이 납니다.
보통 점심은 회사 근처의 식당에서 직원 분들과 함께 먹었고, 저녁은 장을 봐와서 집에서 만들어 먹었습니다. 주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고, 요플레 같은 유제품과 빵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가끔 같이 사는 친구들과 서로 요리를 해 주기도 했는데 어느 날 한국에서 가져간 호떡믹스로 한국의 길거리 음식이라며 호떡을 만들어 주었는데 반응이 상당히 괜찮았던 기억이 납니다.
스위스 국영 철도 회사: http://www.sbb.ch/home.html
하루하루 적응을 해 나가며 여행을 하는 것과 현지에서 생활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스위스는 한국에서도 융프라우와 인터라켄, 루체른 등 몇몇 관광 명소들로 이름이 나 있지만 관광지를 벗어나면 동양인도 적고 분위기도 많이 달랐습니다. 현지인들의 생활을 바로 옆에서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스위스 사람들과의 접촉이 많아서 스위스 특유의 문화를 더 깊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회사가 주로 스위스인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숙소에서도 현지인들과 생활을 하였는데, 만약 제가 다국적 대기업의 기숙사에서 생활했다면 보고 느꼈던 것이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숙소는 회사에 따로 기숙사가 없었기 때문에 담당자가 월세 계약을 주선 해 주었고, 제 또래의 현지인 둘과 살게 된 것인데, 원래 세 명이 함께 살다가 한 명이 잠시 외국에 가게 되어 남는 방을 월세로 넘긴 것이라 모든 생활용품이 갖추어져 있었고 거실, 욕실, 주방을 공유하는 구조였습니다. 많은 도움을 받았고 가족처럼 지내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단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제가 독일어를 전혀 몰랐다는 점입니다. 물론 스위스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 하지만 현지인들끼리는 독일어를 사용하므로 (지역에 따라 불어나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일상적인 대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한국에서 기본적인 표현들 정도만 두어 달 정도만 공부하고 출국하신다면 적어도 맥락으로 대화 내용을 조금이나마 유추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인턴십이 끝나고
몇몇 직원 분들 앞에서 했던 최종 발표를 마지막으로 인턴십을 잘 마무리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있던 곳은 이직이나 은퇴를 하는 경우 마지막 날 저녁에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서 함께 나누어 먹으며 작별인사를 하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저도 한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최고의 작별 선물이라고 생각하여 한국 식당에서 재료를 사다가 몇 가지 간단한 음식을 해주고 준비해 간 전통 모양의 책갈피를 선물하였습니다.
출국 날에는 같이 살던 친구들이 마지막 선물이라며 집에서 스위스의 전통음식인 퐁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함께 먹고 나서 공항까지 바래다 주어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는데 기분이 참 이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짧았다면 짧았고 또 길었다면 꽤 길었던 세달 반 가량의 스위스에서의 인턴십 생활을 되돌아 보면 무엇보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알차고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군 생활을 제외하곤 이렇게 밀도 높은 생활은 처음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경우 가기 전에 예상했던 것들과 실제 인턴 생활은 많이 달랐습니다. 아무리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구촌 세상이라고 하지만 직접 가기 전까지는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원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잘 준비하셔서 꼭 다녀오시길 바라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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