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수기
스페인, Zaragoza University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이상철)
- 작성일2019/03/2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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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좋은기억으로 남은, 스페인”
나는 2005년에 친구들과 한 달간 유럽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유럽에서 생활하는 것이 꿈이었다. 졸업 후 해외 취업도 진지하게 고려해본 적도 있으나 그러기엔 내 의사소통능력이 많이 부족하고, 어학 연수는 적지 않은 비용이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해외 취업이 가능할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꾸준히 영어 회화 공부를 하고 있던 찰나에 학교 웹사이트에서 공지사항을 봤다. 그 당시 해외 인턴, 해외 유학, 해외 장학생 등의 말만 들어가면 무조건 클릭하고 보던 때였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나는 이 IAESTE 이공계 해외 인턴십 지원 공지사항을 보게 됐다. 그 당시에는 단문의 공지사항 만으로 IAESTE에 대해서 다 알 수는 없었지만 어쩌면 내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란 작은 기대를 갖고 지원서를 작성하였다.
그리고 겨울 방학 중에 IAESTE KOREA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서 지원하는 과정과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었고, 설명회를 듣고 나서 나는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인턴십에 도전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유급으로 인턴과정을 받기 때문에 별도의 체류비용 없이 가능하다는 점이 나에게 가장 큰 어필이 되었다. 설명회가 끝난 후 갖추어야 할 구비 서류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일단 이미 작성해서 제출한 application form도 수정하였다. 영어권 나라를 지원하기에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resume와 cover letter는 내가 지원하게 될 업체의 담당자가 중요시 할 부분이었기 때문에 특히 신경을 썼다. 다니고 있던 영어 학원 선생님께 첨삭까지 받아가면서 몇 번의 탈고 끝에 완성하였다. 부끄럽지만 대학교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 또한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이었다. 나머지 서류들은 증명서나 기본 정보를 기재하는 양식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준비할 수 있었다. 구비 서류들을 지정된 방법으로 제출을 하고 나니 1차적으로 지원자로서 할 일은 끝이 났다.
그 후로 몇 주간은 General conference에서 한국 IAESTE위원 분들이 부디 내가 지원할 수 있는 많은 Job offer들을 가져오시길 바라면서 수시로 메일을 확인하였다. 기다리던 job offer가 메일로 왔고, 내 전공에 맞는 job offer들을 추려 내고 거기서 또 요구 조건들을 살펴서 내가 가능한 Job offer들을 추려냈다. 내 전공과 가장 맞는 job offer는 일본의 job offer였지만 나는 유럽에서의 인턴만을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독일, 체코, 스페인의 job offer에 지원을 하였다. 지원을 한 후로는 1차 서류 제출이 끝난 이후보다 더 수시로 메일을 확인하였다. 내가 지원한 세 곳 중에 한 곳에 nomination이 되어야 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나의 영어 실력이나 학교 성적 등이 보잘 것 없었기 때문에 안될 거 같다는 불안한 예감을 지울 수가 없었던 점이 가장 힘들었다. 기다리다가 참을 수 없이 초조해져서 IAESTE KOREA에 이메일을 보냈다. 돌아온 답변은 여러 가지 상황을 봤을 때 나는 지원한 나라 중 스페인 외에는 지원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해외 IAESTE와 학생들을 서로 교류하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처리할 게 상당히 많았다. 나에게 초조하게 기다려야 했던 시간이지만 IAESTE KOREA직원 분들은 수십 학생들의 지원을 검토하고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 없이 바쁜 시기였다.) 나는 애초에 스페인을 지원했던 터라 꼭 nomination이 되길 원한다고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또 다시 찾아온 기다림 끝에 Nomination이 됐다는 메일을 받았다. 나는 그 메일이 오기 전까지 제가 nomination 될 확률을 크게 보지 않았기 때문에 nomination이 된 후에야 부모님께 이 사실을 말씀 드렸다. 마음은 이미 스페인을 향하고 들떠 있었지만 최종 Accept가 남아있었다. 만일 그 쪽에서 나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나는 갈 수 없는 거였다. 기다렸던 Accept 메일이 온 다음에야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최종 Accept까지 나온 후에 나는 드디어 스페인에서의 인턴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일단 의사소통 문제가 시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기가 시작한 후에도 계속 학원을 다녔었지만 거듭되는 시험 때문에 결국 중간고사 이후 영어 공부를 중단하였다. 그 뒤로 내가 일하게 될 Zaragoza 대학교의 내 담당 교수님인 Antonio Monzon에게 내가 가기 전에 어떠한 것들을 알고 가면 좋을 지 메일로 문의하였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다. (추측하건대, 내가 보낸 메일은 스팸메일로 등록되어 교수님께서 못 보셨을 것이다. 이러한 일이 그 후에 IAESTE Zaragoza에 메일을 보냈을 때도 일어났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항공권을 예매할 때 나는 모처럼 다시 찾은 유럽이라 여행하고 싶은 욕심이 나서 인턴 기간 앞뒤로 일정을 무리하게 늘렸기 때문에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인턴을 위한 준비를 소홀히 하게 됐다. 그렇게 결국 날짜는 다가왔고 나는 걱정만 한아름 안은 채 스페인으로 향했다.
내가 지원한 Zaragoza 대학은 스페인 아라곤 지방에 주도 Zaragoza에 위치해 있다. 스페인 전체로 봤을 때 Madrid, arcelona, Valencia 같은 대도시의 중간 지점에 있어 이 도시들로 이동하기에 아주 좋은 위치였다. Zaragoza는 스페인에서 5번째 큰 도시이지만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내가 근무한 Zaragoza 대학교는 시내 중심부에서 남쪽에 위치해있고, 내가 거주하던 곳은 북쪽이었지만 버스로 20분이면 왕래할 수 있는 거리였다.
처음 연구실에 가서 느낀 것은 굉장히 여유롭다는 것이었다. 오전 10시 30분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학 구내 카페로 가서 티 타임을 즐기고, 점심 시간은 보통 2시부터 4시 이후까지이고, 출근과 퇴근도 대부분 자유롭게 하였다. 나는 당장 무엇과 관련된 일을 하는 건지 조차 모르고 갔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내가 할 연구와 관련된 논문을 읽는 데 시간을 보냈다. 당장은 실험 일정도 잡혀 있지 않은 날도 많았던 지라, 점심 식사 이전에 나의 파트너인 Marian은 오늘은 더 이상 할게 없으니 가도 좋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한국 사람 특유의 눈치 보는 마음 때문에 집에 가는 게 영 내키지가 않았지만 이들에게 그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이 때는 이렇게 일찍 퇴근했지만 나중에 실험이 길어지는 날에는 밤 11시에 퇴근하기도 하고, 저녁 늦게 퇴근한 적도 많았다.
내가 한 연구는 촉매를 제조해서 물 속의 질산염을 분해하는 것이었다. 질산염이 물에 녹아 있으면 부영양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촉매를 이용하여 질산염의 농도를 낮추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한 달 동안은 각각 다른 물질로 촉매를 만드는 것을 하였다. 그리고 남은 한 달 동안 그 촉매들로 실제 반응을 하여 촉매에 따른 분해능력을 확인하였다. 나의 실험 파트너인 Marian은 이 실험을 준비하기 위해서 작년 12월부터 여러 논문을 읽고, 실험에 필요한 장비를 예산에 맞춰 구입하여 내가 온 9월에서야 실험 설계가 완료되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턴 기간 동안 나는 직접 실험을 계획하거나 준비하는 것보다 실험 보조의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두 달 동안 어려움 없이 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스페인에 처음 오기 전에는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선 내가 먼저 다가가고 적극적으로 말도 걸어보고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스페인어도 할 줄 모르는데다가, 영어도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금방 자신감을 잃고 말았다. 말하는 데 자신이 없으니 대화 자체에도 겁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먼저 말도 걸어주고 나를 챙겨주었다. 연구실 멤버들끼리 함께 파티를 하는 자리가 있으면 먼저 내게 알려주고, 나를 위해서 공지 메일도 영어로 따로 써서 보내주고, 위치를 모를까 봐 지도를 캡쳐해서 보내주기도 하였다. 비록 나의 짧은 영어 때문에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따뜻한 배려 덕분에 처음에는 빨리 한국으로 오고 싶더니 나중에는 더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고, 떠나기 직전엔 심하게 우울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이번 인턴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우선 나의 담당 교수님께서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박사과정을 제안하셨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은 세계 대학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랭크 되어 있는 상당한 명문대학이다. 물론 나의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겠지만 인턴생활을 하기 이전까지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유학과 박사과정이라는 것을 나는 지금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나에게 따뜻함을 보여준 그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스페인어를 배워보려고 한다. 현실적으로 졸업을 앞둔 상황이라 어려움이 많겠지만 반드시 조금이라도 배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고 싶은 곳이 많은 나지만, 이제 내가 비행기를 타고 갈 곳에 사라고사는 항상 1순위로 자리 잡을 것이다. 어떤 경치보다 그 사람들이 더 보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라고사에서의 인턴생활은 언제나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고, 그들에 대한 고마움 또한 언제나 잊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기회를 준 IAESTE의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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